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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COVID-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해 곳곳에서 손소독제, 마스크 같은 위생용품과 쌀, 물, 국수, 밀가루 같은 식료품의 사재기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가 사재기의 타겟목록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요?
미국과 캐나다의 소매업체들은 고객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두루마리 휴지묶음의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한 신문사는 화장실용 휴지 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종이재질의 신문을 발행했고, 심지어 휴지를 사러 간 마트에서 아이를 출산한 여성의 일화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두루마리 휴지 사재기를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휴지 부족현상은 ‘사재기’가 그 원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휴지 사재기는 ‘종말상태, 일명 아포칼립스(Apocalypse) 상태에 대비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심리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인 NC솔루션(NCSolutions)은2020년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미국내 온오프라인 두루마리 휴지판매가 +51%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매량 증가는 COVID-19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3월 11일과 12일 미국내 자가격리 명령이 발표되면서 +845%로 치솟게 됩니다.
따라서 최근의 두루마리 재고부족 사태는 분명히 사람들의 ‘사재기’에 의한 것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너무나도 ‘효과적인’ 공급체인(supply chain) 때문입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부피가 크고 가장 이윤이 적게 나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소매점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재고만 보유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두루마리 휴지 유통회사의 전략 전문가였던 미시건 주 랜싱턴 커뮤니티 컬리지(Lansing Community College)의 경제학 교수 짐 루크(Jim Luke)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계속해서 소량씩만 입고되는 두루마리 휴지의 공급체계는 ‘너무 잘 돌아가고 있어서[well-managed]’ 대중은 인식조차 하지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18년 기준, 미국인의 일인당 평균 두루마리 휴지 사용량은 연간 141개입니다.
이 수치는 2위인 독일의 134개, 9위인 중국의 49개와 비교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미국인들의 평균 일일사용량은 +14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저렴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 구매습관의 작은 변화가 두루마리 휴지의 공급체계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두루마리 휴지를 더 만들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요?
현재 미국내 두루마리 휴지 제조사 탑 3는 프록터 앤 갬블(Proctor & Gamble),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 그리고 조지아 퍼시픽(Georgia-Pacific)입니다.
문제는 이미 COVID-19 확산 이전부터 이들 기업의 제조공장은 하루 24시간 내내 가동 중이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한 제조공장에서 더 많은 가정용과 상업용 두루마리 휴지를 제조해 왔기 때문에, 적은 이윤으로도 계속해서 두루마리 휴지 생산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매점에도 계속해서 조금씩, 자주 상품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임시휴업 중인데, 상업용 휴지생산은 잠시 중단을 하고 가정용 두루마리 휴지 제품만을 생산하면 지금의 물량부족 현상은 해결되지 않을까요?
많은 비즈니스와 기업들이 임시휴업 중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상업용 두루마리 휴지와 가정용 두루마리 휴지는 사용하는 펄프의 종류와 기계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바꿔서 한쪽만 생산할 수 없습니다. 상업용의 경우, 청소를 맡은 직원들이 자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혹시 모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형태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업과 학교 등의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병원들과 방산업체, 식료품 공급 업체 등의 필수 비즈니스(essential businesses) 기업으로부터의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3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두루마리 휴지의 사재기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NC솔루션 (NCSolutions)에 따르면, 사재기의 정점이었던 3월 11일에서 24일에 비해 수요가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OVID-19 우려 전에 비하면 +6%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소비자 구매습관의 변화가 여전히 두루마리 휴지의 공급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 아이디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사재기 열풍이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각종 소매점에서 일인당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를 제한하면서부터 상황은 더욱 개선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예전처럼 정상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가 되더라도 두루마리 휴지의 수요는 과거에 비해 분명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늘어날 수록 수요의 증가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추세는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투자자로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는 ‘제품 가격’으로 예상됩니다.
큰 폭의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의 가격조정은 1973년 오일쇼크 때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때의 가격 인상을 통해 사재기는 통제할 수 있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구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COVID-19 사태 이후에도 수요의 증가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격조정이 어렵다는 것은 반대로 신규 경쟁업체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얼마만큼의 두루마리 휴지가 필요한 가를 알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이트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래 사이트에 접속하시고 보유 중인 두루마리 휴지, 가족수, 일일 평균 화장실 사용회수, 그리고 한 번에 ‘몇 칸’의 휴지를 사용하는 지 등의 살짝 부끄러운 정보를 입력하시면 가지고 계신 두루마리 휴지로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알려주니 재미삼아 한 번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