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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천사(Death Angel), 옵션

옵션 비판론자들이 들고 일어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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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인 즉슨,
설리마 캐피탈(Sullimar Capital)의 분석가 빌 브루스터(Bill Brewster)라는 사람의 사돈총각인 20살 짜리 청년 이야기인데…

무직인 이 청년이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옵션 트레이딩에 손을 대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70만 달러의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거…

일단,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남겨진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악감정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미리 밝힌다.
이번 사건으로 생길 수 있는 편향된 시각에 대한 우려에서 이 포스팅을 작성해 봤다.
꼭 이런 포스팅 올리면 맥락을 이해 못하고 한 부분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분들 있는데 삼가시라.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일을 비판을 하고 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면…

20살 짜리가 어떻게 그렇게 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게 허용했냐?

그렇다면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몇 살이 되어야만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가 허용되어야 할까?

만약, 20살 짜리한테 ‘너희들은 아직 경험도 없고 초짜니까 이러 저러한 레버리지는 승인해 줄 수가 없어’라고 하면 ‘음, 그렇겠네…캄사요~’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나이로 차별을 하네 어쩌네…
다음 수순은 증권사 상대로 차별(discrimination) 소송감일껄?

이 글을 읽는 분들의 20살 시절을 회상해 보면, 누구하나 그 당시에는 ‘성인’으로 대접받기 원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맞다…20살은 성인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간섭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누구도 이 청년의 트레이딩에 간섭하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간섭을 받았다면 그것 역시 이 청년의 책임이다.
만약 이 청년이 큰 수익을 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큰 손해가 났고, 이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고인이 된 이 청년은 갑자기 뜬금없이 옵션 트레이딩에 빠졌을까?
신천지 신도나 도를 찾아 헤매는 인간들 마냥 이단 사기집단에 세뇌가 되어서?

평범한 20살 짜리 청년 중에서 직업을 찾을 생각을 안하고, 전업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될까?
그럼 전업투자를 결정하는 20살 짜리 청년 중에서 옵션 트레이딩을 선택하는 사람의 수는?

젊은 친구들이 옵션 트레이딩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결국은 일확천금[get-rich-quick]을 노렸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고인이 된 친구도 그동안 수익이 좀 났었으니까, ‘더~좀 더~조금만 더~’ 하다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까?

그걸 주식공작단 당신이 어떻게 아느냐?

트위터에 올라온 걸 읽어보면 몇 가지가 드러나는데…
일단, 본인의 계정 타입이 ‘마진이 허용되지 않는’ 현금성 계좌(cash account)로 ‘믿고있었(believed)’단다.
자기 계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본인이 자기 계좌가 현금성 계좌인데, 자기가 보유한 자금 이상의 옵션을 거래할 수 있다면 한 번 확인이라도 해야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는가?

그리고 대부분 옵션 트레이딩을 위해서는 마진 계정이 필수다.
다시 말해서 대개 옵션을 하려고 한다면 증권사에서는 마진 계정을 사용하게끔 유도한다.

로빈후드의 마진계정인 ‘골드 계정(gold account)’에서는 자기 자본금의 2배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럼 이 청년이 70만 달러의 빚을 졌으니, 35만 달러나 번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빌 브루스터의 트윗에서는 이 젊은 친구가 옵션을 ‘사고, 팔았다’는 걸로 미루어 짐작한다면 필자의 ‘더블배럴’ 비슷한 전략으로 몰빵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시는가?
필자의 모든 옵션전략은 ‘최악의 상황’을 항상 고려한다.
이 더블배럴 전략도 최악의 상황에 해당 실물자산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즉 CSP를 바탕으로 손실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젊은 친구의 계좌는 보나마나 마진을 꽉꽉 채워 틈도 없고 단지 buying power만 맞춰 놓았을테고, 시장이 폭락하면 델타(Δ)값도 폭락하니 옵션 매수 포지션의 가치는 0에 수렴하고, 풋 옵션 매도 포지션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거라 예상해 본다.
어차피 로빈후드는 콤보 옵션사용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단일 옵션으로 사고, 팔아 합성(synthetic)으로 사용하니까 자칫 옵션 매수포지션의 청산 시기를 놓쳐버리면 충분히 손실로 70만 달러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옵션과 선물옵션의 경우, 금요일이 되면 보통 유지마진이 높아진다.
이는 마진이 부족한 트레이더로 하여금 마진콜의 부담을 느끼게 해서 주말 전에 청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주말 동안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로 여겨진다.
(혹은 vice versa)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자살’이라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문제에서 도피하는 것을 옳게 보지 않는다.
자기가 잘못한 사항이라면 자기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반대로 정당하다면 과연 자살로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예전 학교 다닐 때, 졸업한 선배들이 가끔 학교에 찾아와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지갑에서 턱~하니 신용카드로 촤~악 긁어가며 연봉이 어쩌고, 연차나 월차가 어쩌고, 휴가가 어쩌고…
하지만 술 얻어먹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공부할 때가 제일 편하다’였다.

나약한 유리멘탈로 주식시장에서 남의 돈을 먹어보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제대로 투자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누가 손해를 조장했을까?
본인? 증권사? 사회적 분위기? 시장조성자? 우한폐렴? 중국 공산당? 트럼프 대통령?

필자는 이것이 증권사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투자교육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청년의 그릇된 경제관념과 게으름, 그리고 욕심에서 비롯된 실수로 본인은 물론, 증권사에게도 큰 손해를 입혔다.
늘 강조하는 말 기억하는가?

옵션의 매도는 ‘확률’과 ‘리스크 관리’가  전부입니다.
옵션 트레이딩이 위험한 게 아니라, 욕심과 게으름이 위험한 것입니다.

필자도 한때 옵션 트레이딩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은퇴’를 고려한 적도 있다.
트레이딩 두어 달 만에 발생한 수익이 몇 년치 연봉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 달 필자의 은퇴계획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어 달의 수익이 단 2주 만에 땐땐~으로 마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수익과 손실의 폭이 큰 게 파생시장이다.

그 이후부터 필자는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건 물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고 더 천천히 걸어왔다.
현재 필자의 어카운트 사이즈가 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는지 아마 이 20살 젊은이의 치기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모든 재정적 책임은 로빈후드로 넘어갔다.
로빈후드가 이 정도의 손실로 크게 위험해 지지는 않겠지만, 트레이더의 실수로 명성(reputation)의 실추와 손실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물론 로빈후드 측의 리스크 관리팀(risk management team)의 소홀한 관리도 당연히 질타의 대상이다.
다만 이 젊은 청년의 불행한 이야기로 인해 각종 규제나 행정상 절차가 복잡해 진다면 그 피해는 나머지 트레이더에게 돌아올 것이다.

세상에 쉽게 돈 벌 수 있는 것은 없다.
몇 번의 우연은 가능할 지 몰라도 우리는 하루 이틀 사는 존재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은 돈으로 평가될 수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죽을 각오로 뭐든 하면 된다’라는 말을 믿는다.

이 글을 읽고 ‘옵션은 나쁜 것이고, 패가망신하는 것이고,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는 트레이더가 있다면 역시 옵션은 당신이 건드릴 만한 것이 아니다.
저쪽 멀리 물러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전히 옵션을 ‘해볼 만한[Do-able]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천천히, 더 조금씩, 더 긴 호흡으로 공부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고인인 된 알렉스의 명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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