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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는 왜 인기가 없을까?

주식 트레이딩 업계에 ‘무료 수수료’의 폭풍을 불러일으키며 플랫폼계의 골리앗, 찰스 슈왑 (Charles Schwab)을 이긴 다윗, 로빈후드 (Robinhood).
그 이후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특히 펜데믹 기간 동안 경기부양책으로 지급된 현금으로 인한 가용현금 증가와 집안에 머무르며 늘어난 여가시간의 영향으로 로빈후드의 신규계정 증가율이 크게 늘었다.

그런 로빈후드가 2021년 7월 29일 드디어 상장을 해버렸다. 상장에 대한 언급이 있던 순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도 사실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예상보다는 영….

첫날인 2021년 7월 29일, 상장가인 $38에서 시작해서 일찌감치 최고가 $40.25를 찍더니만 힘을 못쓰고 내리 하락세로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7월 30일 오전 9시경에는 상장가보다 낮은 $34.36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장 첫날 풀린 물량도 예상치 35%에 못미치는 20%-25%라고 알려졌다.

We’re building a long-term business, so you have to ignore these short-term fluctuations,

블라디미르 테네프 (Vladimir Tenev)

CEO인 블라디미르 테네프 (Vladimir Tenev)는 짐 크레이머 (Jim Cramer)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에 있어서 시장의 우려는 이해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단기간의 출렁임에 신경쓰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아마 지금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거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에서 상장되는 기업들 중 25% 가량이 상장 첫 해에 주가하락을 경험한다는데, 로빈후드의 경우는 그동안의 관심과 기대와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얼마나 가오가 자존심이 상할까…

플로리다 대학의 금융학 교수 제이 리터 (Jay Ritter)의 분석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의 오랜 기간의 랠리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우려와 펜데믹으로 인해 제공되던 부양책의 축소로 리테일 트레이딩의 붐이 끝나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여기에 상장가 책정시에 예상 폭의 하단으로 책정한 것이 오히려 기관 투자자의 흥미를 잃게끔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큰손’ 기관 투자자들은 로빈후드의 매출이 주로 PFOF (payment for order flow)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PFOF에 대해서 간단히 겉만 살짝 핧아보자.

그동안 여러 독자들이 로빈후드의 수익구조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오늘은 아주 쉽게 설명을 해주도록 하겠다.
물론 필자가 열거한 항목 이외의 수익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충 이 정도면 대부분을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수수료가 무료인데 어떻게 돈을 벌지?

첫째로, 일반 회원보다 여러가지 혜택이 있는 골드멤버가 되면 한달에 일정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로빈후드의 수익이다.

둘째로, 골드멤버가 되면 은행으로부터 이체하는 자금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등의 몇 가지 혜택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진 (margin)’이다. 그런데 마진이란 건 로빈후드에서 ‘급전’을 이자를 붙여 빌려준다는 것이다. $1,000 이하면 한달에 $5, $1,000이 넘어가면 연 2.5%의 이자율이다.
역시 로빈후드의 수익이다.

셋째, 로빈후드에서 이자를 붙여 빌려준다는 그 자금 중 일부분은 우리 어카운트에 넣어놓은 돈이다. 안쓰고 계정에 남아있는 현금에 일정액의 이자를 준다는 거 본적이 있지? 그 돈을 다른 사람한테 더 높은 이자율로 빌려주고 우리에게 얼마를 이자로 떼어준다는 이야기이다.
손 안대고 코 풀기…로빈후드의 수익이다.

넷째, 거래수수료 이외의 수수료.
예를 들어 다른 증권사로 옮길 때에는 $75, 우편으로 서류를 발송할 때 국내는 $20이고 국제는 $50 등등 이런 식으로 수수료가 부과되는데 로빈후드의 수익이다.

다섯째, 규제당국에 내는 수수료가 있다.
투자 방식에 따라 규제당국에 지불하는 수수료 (Regulatory Trading Fees)가 있다.
주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나 브로커리지 (brokerage) 등의 셀사이드 (sell side)가 고객을 대신해서 지불해 왔던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SEC 수수료는 $10,000 매각당 $0.207, FINRA 수수료는 한 주당 $0.000119라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증권사 차원에서는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여섯째, PFOF (payment for order flow) .
현재 PFOF의 공정성에 대해 이견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단 PFOF가 무엇이냐 하면….
로빈후드나 TD Ameritrade, E-trade, 그리고 찰스 슈왑 (Charles Schwab) 같은 트레이딩 플랫폼들은 고객들의 주문을 거래소 (stock exchange)로 보내는 대신 대규모 트레이딩 기업으로 보낸다.

이때의 ‘대규모 트레이딩 기업’은 주로 마켓 메이커로 분류되는 퀀트기반 트레이딩 기업들이다.
우리가 잘아는 시타델(Citadel), 투 시그마(Two Sigma) 등 다수의 유명 퀀트 펀드들이 포함되는데, 이들 기업은 로빈후드로부터 로빈후드 고객의 주식/옵션 거래주문을 받아 대신 체결을 진행한다.

로빈후드는 그 대가로 고객의 실물주식 거래에서 주당 $0.0024의 수수료를 이들로부터 받게되어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1분기에만 3,100만 달러를 벌었다. 엄청나지 않은가?

그런데 옵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수수료가 2배나 많다.
왜 특히 작년과 올해 들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옵션 트레이딩에 갑자기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리고 과연 순전한 개인의 의지만으로 옵션 거래가 폭증하게 되었을까?

암튼 로빈후드는 옵션 한 계약 당 $0.0048의 수수료를 받게 되어 동기간 6,000만 달러를 벌었다는 것. 특히 시타델은 로빈후드에 2,800만 달러를 2020년 1분기 동안 로빈후드 고객의 옵션주문에 대한 수수료로 지급했다. 시타델이 적자를 무릅쓰고 수수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을것이라 믿는다.

옵션 트레이딩의 강자 TD Ameritrade의 경우 심지어 1억 3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벌었다. 옵션 수수료로만 말이다.

어차피 우리가 낼 수수료를 다른 곳에서 받아서 돈 버는 게 잘못된거는 아니잖아?

물론 영리추구의 기업이 돈을 버는게 잘못은 아니다.

그.뤈.뒈!

윤리적인 문제 때문이다. 이들 마켓 메이커의 성향은 본질적으로 개인투자자들과 반대이다.
이들 마켓메이커는 의도적으로 매수-매도 호가의 갭 (spread)을 크게 유지한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마켓 메이커가 구성해 놓은 스프레드 안에서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로빈후드로부터 주식과 옵션에 대한 주문을 받고 그것을 리테일 투자자의 통계로 이용해서시장에 대응하는 새로운 알고리듬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정말로 우리가 이런 마켓 메이커를 상대로 공정한 경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글쎄다

과연 이들 플랫폼이 말하는 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정말로 ‘최선’의 가격을 보장받고 있는 것일까? 다행인지이 점에 대해서도 SEC의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다.
결과에 따라서 로빈후드 측은 PFOF 방식을 중단할 의향도 있다고는 했단다.
다만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 수수료 체계가 변화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로빈후드는 소액 투자자에 높은 관심으로 인한 변동성도 기대한 것이 사실이지만, 상장된 주식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상장주를 매입하고 30일 이내에 매각한 주주는 향후 60일 동안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해서 이익실현 매물로 인한 주가하락을 방지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점 또한 투자자의 신규진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레딧의 월스트리트 베츠 (Wallstreetbets)의 포럼에는 로빈후드의 상장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의견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올해 초 로빈후드가 게임스탑 (GME)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갑자기 거래를 중단시킨 점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헷지 펀드등 기관 투자자들의 편의를 봐 준 것이라는 음모론으로 로빈후드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어쨌거나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Cathie Wood)는 로빈후드의 주식 4,500만 달러 규모의 130만 주를 매입했단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늘 과격한 수익 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의 글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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