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이벤트인데, 일본은행 (Bank of Japan, BOJ)의 수익률곡선제어 (Yield Curve Control, YCC) 정책 추가수정이 예상되어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YCC란 게 뭐냐하면…
일본은행 특유의 통화정책으로, BOJ에서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상한을 설정해 놓고, 만약 시장 금리가 이보다 높아지면 BOJ가 국채를 무제한 사들여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그동안 BOJ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0.5%를 넘어가면 매입을 진행했기 때문에 최대 수준은 사실상 0.5% 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7월 28일,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YCC 정책수정을 결정했다. BOJ가 10년물 국채금리의 상한선의 목표는 0.5%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1% 내외까지는 허용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사실상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0.5%를 넘겨 1%까지 오르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엔화가 달러대비 순간 급등세를 보였고, 일본의 주식과 국채가격은 하락했다. 그리고, 부동산 업계 역시 장기적으로 볼때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1%대까지 올라간다는 건 가계 주택담보 대출이나 기업 투자자금 조달할 때 발생하는 여신금리 (credit interest rate)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참고로, 2023년 상반기 일본 부동산 투자는 일본내 경기회복과 맞물려 30년만에 부쩍 늘어난 소득, 전반적인 엔화 약세, 그리고 아직까지 1-2% 수준인 초저금리로 인해 여전히 호황이다.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BOJ의 YCC 정책 수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일본은 이미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로 일명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만성 장기불황에 시달려 왔다.
심지어 COVID-19 극복을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일본에는 물가상승은 없었다.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동안에도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선을 0.5%로 한정짓고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면서 시장에서 납득하는 금리 수준과의 괴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 BOJ의 YCC 정책수정의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게다가 회복세를 나타내는 일본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최근 1년간 BOJ 목표치 2%를 웃돌고, 앞서 잠시 언급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2023년 상반기부터 급등세를 나타내는 와중에도 일본은행이 유지한 느슨한 통화 부양책 때문에 일본과 다른 국가 간 발생한 금리격차가 엔화에는 큰 부담을 주게되고,이는 결국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왔다.
그러던 일본이 ‘유연성 (flexibility)’을 이유로 YCC 정책을 수정했단다.
우리는 이걸 향후 인플레이션 급등을 겨냥한 사전적 조치로서의 긴축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당시 BOJ 총재 우에다 가즈오는 ‘긴축이 아닌 통화 완화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금융권 분석가들은 [금리인상의 효과는 있지만]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의 긴축정책을 시행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뤈.뒈!
BOJ 수정정책에서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 목표치를 0%에서 0.5%포인트 범위 내에서 변동하도록 허용 즉 현수준보다 50bp 더 확대한 고정금리 운용을 통해 10년 만기 국채를 1%에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한지 3개월 만에 일본 국채금리가 1% 상한에 근접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등으로 10월 23일 (월요일)에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10년 만에 최고치인 0.8550%까지 튀어오르며 전고점을 갱신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지난 7월에 ‘상한선인 1%를 돌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던 설명이 무색해지고 있다.
결국 BOJ는 정례 매입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잔존 만기의 국채를 매월 네 차례 매입하는 별도의 긴급매입을 진행한다고 공지하며 국채금리를 다소 안정시킨 상태이지만, BOJ 내부에서는 아직 YCC 추가조정에 대한 논의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닛케이 신문은 추가조정으로는 1%라는 상한선을 높이거나, 0% 목표에 맞춰 설정된 허용 밴드를 없애는 방안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로이터의 설문조사에서, 애널리스트 상당수가 내년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끝날 것이며, BOJ가 2024년 말까지는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거나 BOJ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YCC 추가조정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우에다 총재는 견고한 소비와 임금 성장을 볼 때까지 초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의 약속과는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동성 차단 없이도 채권 매입이 필요없는 상한선 상향조정이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바로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BOJ의 계획을 얼마나 수정할 것인가이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상한선 상향조정에 이어,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수정한 후에도, 일본에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이 된다면 결국은 YCC의 폐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글로벌 펜데믹 이후, 몇 십년만에 최악이라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생고생 중인 각국의 중앙은행을 지켜보던 BOJ로서는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할테고…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기준금리에 민감한 단기금리부터 급등할테고…
결국 부정적인 경기전망은 장기금리를 끌어내릴테고…
일본에서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서 다시 불황의 전초가 될 수도 있다. 다들 알겠지만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 (Bank of America)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13차례 경기 침체 가운데 10차례가 금리 역전 이후 발생했다는 거…무슨 뜻인지 알지?
‘그 정도는 일본 문제니까 알빠노’하면서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23년 3월 기준으로 일본은 1조 8,8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보유한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이다.
현재 유지되던 일본국채의 초저금리와 미국채 금리와의 스프레드가 줄어든다면, 일본의 입장에선 미국채 보유의 매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거.
결국 이런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국채 수요가 줄고 금리 더 뛸 가능성도 꿈나라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추가로 ‘찌라시’ 하나.
지인의 지인에 따르면, 이미 미국정부와 일본정부간 어느 정도 합의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란다.
다시 말해, BOJ가 갑툭튀해서 ‘응, 내일부터 우린 YCC 포기데쓰!’ 이러거나, ‘내일부터 국채금리 상한선 이빠이 올리므니다!’ 하진 않을 거라는 거.
대충 양측이 납득할 만한 수치로의 조정이 합의되어 있다는 거다.
어쨌거나 확인은 불가능한 찌라시인 상태이지만, 양측이 합의한 상태라고 해도 YCC 상한선 조정이 미국채 금리를 좀더 끌어올리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아직까지 미국 노동시장은 튼튼하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물가가 내릴 건덕지보단 아직 더 오르거나, 이 수준을 유지할 건덕지가 더 많으니…
걱정할 거 투성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걱정을 선물하려고 이 포스팅을 쓰는 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BOJ의 YCC 정책 추가수정의 의미와 그로인해 발생하는 여파에 대해 미리 알고 이해하고 계시라는 뜻이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늘 과격한 수익 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의 글이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