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투자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꽤 되었음.
그런데 원래 백그라운드가 화학인지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의 한이랄까?

경영, 경제 같은 분야의 전공자들에 대한 환상이라던지…
JP 모건이나 메릴린치 같은 굵직한 투자은행 출신 투자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오늘 아침 그런 나의 동심을 한 방에 날려버린 일이 있었음.

와이프의 개인은퇴계좌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IRA)를 TD Ameritrade에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JP 모건으로 옮기기로 했음.
2023년 4월 3일에 IRA 계좌를 오픈하고, 4월 5일인가 즈음에 계좌 전체를 옮겨달라고 Account Trasfer 신청했음.

동시에 나도 TD Ameritrade에 있던 트레이딩 계좌 중에서 안팔고 놔둘 애들만 JP 모건으로 보낼까 하고 있었거든…
왜냐하면, 만후라 추천으로 계좌 열면 뽀~나쓰!
그리고 열고나서 90일 이전에 자산을 옮기면 또 뽀~나쓰!
따져보니 이게 또 짭짤한 거야…

그런데 JP모건에 공동명의 계좌 만드려니까 무슨 은행계좌를 연결시켜야 하는데 난 Bank of America만 쓰니 계좌를 또 만드는 것도 귀찮은데다가, Account Transfer도 따로 써서 보내야하고….
그냥 귀찮아서 그냥 report만 보려고 만들어둔 Fidelity 계좌로 transfer 신청했음.
한 3일 지났나…? 전송완료!


2023년 4월 18일 화요일.
자, 시간이 지나고 오늘이 되어버렸지.
원래 IRA 계좌야 가끔씩만 열어보는 거라 와이프 계좌를 열어보니….
어라랏?

전혀 transfer가 안되어 있네?
TD Ameritrade를 확인하니, 그냥 그대로 있네?

원래 JP 모건의 플랫폼은 극강의 사용자 ‘반’친화적 레이아웃인데….사실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도 좀 뭐한 그냥 웹사이트를 뒤져보기 시작.
어라라…? 2023년 4월 6일에 내 요청이 거절 (Declined)되었다네?
4월 6일이면 내가 요청한 다음 날 아니면, 같은 날이라는 얘기인데?


와이프의 이메일을 뒤져봐도 이메일이나 전화로 안내문자 온적도 없는데, ‘거절’?

그래서 전화를 했지…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았는데, 와이프가 몇 마디 하더니 ‘한국사람 같은데?’하는거야.
그러더니 ‘한국 분이세요?’라고 묻더라고…
옴마야, 한국사람 맞다는 거!

내가 앞에서 이야기했지?
JP모건 같은 대형 투자은행사에서 일하는 한국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ㅋ
사실 와이프 계좌 열고 옮기고 등등의 집사짓을 내가 했으니 와이프가 날 바꿔주더라고…

받아보니 왜 와이프가 한국사람이라는지 나도 알겠더라고.
영어 발음이 전형적인 한국식.
그걸로 봐서는 1.5세나 2세는 절대 아니고.
하긴 나도 영어 잘하는 거 아니니 발음이 무슨 문제겠어, 그지?

그.뤈.뒈!

와이프랑도 나중에 한국말로 대화했고…
내가 인사도 한국말로 했고…
분명히 한국말이 편할텐데…
왜 나한테 영어로 이야기를 하지?

뭐, 어쨌든 좋아.
옆에 직장상사가 도끼눈 뜨고 쳐다볼 수도 있고하니까…

내가 물어본 건 딱 두 가지.
첫째, 왜 Account Transfer가 안되어 있니?

답은 Charles Schwab이 TD Ameritrade를 사고 나서 계속해서 합병 중이라서 그렇단다.
그러니 합병이 끝나면 다시 요청하란다.
그럼 내 Fidelity로 Account Transfer는 어떻게 3일만에 끝난거지?
뭐, 그건 JP모건이 너무 큰 은행이라 그랬다고 치자.

두 번째 질문은, 왜 요청이 거절된 걸 이메일이든 문자로든 안알려주는거냐고 물으니까, 이 차슥이 갑자기 급발진 시동을 거는거야.

‘다시 말하지만, 이건 Charles Schwab측이 잘못한 거고 JP모건은 아무것도 안한거야’

그건 안다고 이 쉬키야!
내 말은 이런 경우에 왜 JP모건에서 연락을 안해줘서 내가 12일이나 지난 후에 직접 찾아서 알아야 되냐고?
너 정말 Plain English를 이해는 하는거냐고 했더니 뭐라고 하게?

‘Sir,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금융회사들이랑 거래를 하고 있는데, 이건 전적으로 Charles Schwab이…’

그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깨달음이 오더라고…

이 쉬키 전화받으면서 앞에다 고객응대 대본 (script) 놓고 읽고 있구나!
왜 그런거 있잖아, 고객센터 일하는 분들이 앞에다 모범답안 같은 거 놓고 똑같이 읽는거…

JP모건에서 고객센터 전화기 앞에 앉아있으려면 최소한 4년제 대졸 이상일꺼야, 그지?
말하는 거 들어보면 부모님이 힘들게 유학보내 주셔서 공부하고 대기업 취직한 분위기인데…
영어도 못알아 들어…
고객이 뭘 원하는지 고객응대 센스도 없어…
자기가 모르면 해결하려는 의지라도 보여야지, 이건 뭐 앞에 놓인 스크립트나 읽고 있으니…
장래희망이 앵무새냐?

그래도 얘는 2개 국어를 한단다…ㅉ

저러고 몇 년 버티다 어시스턴트다 주니어다 포지션 오르겠지?
물론 저 모양이면 오래는 못버티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른데 가서 ‘JP 모건 투자은행 근무경력’이러고 다닐꺼 아냐?

암튼,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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