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식하려고 했다는 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episode 1)

모든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

돈을 벌자

그렇다고는 해도 필자의 주식투자 입문의 계기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한국 증권 및 금융 일번지였던 여의도에서 살았으면서도 주식투자를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듣고 자랐다.
오히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가고, 졸업하면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어서 평생직장으로 삼고 꾸준히 직장생활하다가 은퇴하는 게 정석이라고 듣고, 보고, 배우면서 자랐다.

필자가 처음으로 ‘투자’라는 것에 접해 본건 대학원 때였다.
대학원에 입학한 1990년대 후반에는 하이텔을 비롯하여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등의 4대 PC 통신사 위주로 전화모뎀에서 ADSL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대학원 연구실은 고속 인터넷 전용선이 깔려 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전공의 특성상 낮에는 학부학생들 수업을 하고 늦은 밤이나 새벽이 되어서야 실험을 해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와 가까와졌다.
그러다가 만난 사이트가 바로…

‘인포뱅크 (InfoBank)’
당시는 무료 이메일을 제공하는 사이트도 드물었기 때문에 인포뱅크에서 제공하는 무료이메일이 아주 매력적인 떡밥이었다.
게다가 더 큰 장점은 홈페이지에 있는 텍스트 광고, 플래시 (flash) 광고, 배너 광고 등등을 클릭하면 광고종류에 따라 몇 십원에서 몇 백원까지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광고를 보면, 돈을 드립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공짜라면 양잿물도 삼킨다는 강철위장의 민족아닌가?

당연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나중에는 회사이름도 변경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회사가 그 유명한 ‘골드뱅크 (Gold Bank)’다.

1998년 골드뱅크가 상장에 앞서서 골드뱅크 회원들에게 사전 인수를 제안을 했었는데, 당시에도 골드뱅크의 커뮤니티에서 돈에 미쳐 광고 클릭질을 열심히 커뮤니티 활동을 했던 필자는 우수회원으로 액면가 500원인가, 5,000원인가로 10만 원 어치의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패가망신이라고 믿고 있던 필자는 당시 같은 연구실의 박사과정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고 평생 기억할 만한 아주 현명한 조언을 들었다.

주식투자 같은 거 하지마, 패가망신해…그 돈으로 차라리 술을 사먹자.

결국 필자는 선배와 술을 마셨고, 골드뱅크는 예정대로 상장이 되었다.
상장이 된 이후 계속해서 주가가 상승했다.
필자가 지난 기사들을 찾아보니 98년 10월12일 코스닥 시장 상장 후 주가는 8천원, 그리고 이듬해 1월12일 1만3천원대를 찍고 2월2일 6만3천원대로 급등했다. 그러다가 5월17일 종가기준으로 30만7천원까지 오르고 5월20일에는 연중 최고가인 31만2천원까지 치솟았다고 기록되었다.

이런 된장…망해쓰요…

액면가 500원이었다면 최고가 기준 6천만 원이 되었을테고, 액면가 5,000원이었다고 해도 6백 만원이 되었을 뻔한 거래였다.
하도 오래된 기록이니 최고가가 틀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거는 얼마가 잠재수익이었냐가 아니라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그냥 술에 말아드셨다는 것이다.
그 날 이후, 한동안 연구실 선배는 나를 피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1999년 7월 이후 대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연구실 선배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밝아지고 살가와진 것으로 기억한다.
석사 논문 심사가 끝나가는 어느 날 선배는 필자에게 술 한잔 사주면서 평생 기억할 만한 아주 현명한 조언2를 남겼다.

어때? 그 때 그 돈으로 술먹기 잘했지?

이게 필자가 기억하는 첫 주식투자가 될 ‘뻔’했던 기억이다.
이래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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