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맛 주식공작단 (feat. 바보짓 메들리)

저를 주식공작단으로 아시는 분들은 저의 투자경력이 한 20-30년 되고 닷컴 버블부터 서브프라임 사태를 거쳐 지금까지 달려온 베테랑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늘 포스팅으로 간단히 주식공작단이 어떻게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알려주지.

그런데 정말 이런거 궁금해하실 분들 있기는 한건가?


애플 (AAPL) 1

자, 필자와 애플의 인연을 알아보자…
2021년 9월 10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 (AAPL)의 주가는 $148.97.
여러분의 기준으로 애플의 현재 주가는 비싸다고 생각되는가? 아니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가?

오늘의 주가가 미래의 최저가

뭐, 이런 말도 있기는 하지만 애플의 현재 주가가 비싼지 아닌지는 개인의 시점에 따라 다를것이다.

필자는 한국서 학업과 군대를 모두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필자는 ‘주식투자=패가망신’이라는 굳건한 신조를 믿고 그저 열심히 직장생활이 최선이라고 살아왔다. 적어도 주식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필자는 회사는 광다이오드 (photodiodes)를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세싱 엔지니어 (processing engineer)로 일하고 있다.
어릴적 바람처럼 ‘대기업’은 아니고 중소기업이지만 나름 탄탄하고 업계에서 평판이 좋은 회사인데, 닷컴버블이 터지기 바로 전 입사해서 여러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뻔 하다가 겨우 살아남아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특이점은 회사의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모두 도시락을 싸서 매일 점심시간에 잡담을 하면서 점심을 드신다는 거.
잡담에는 아이들 진학문제, 집 이사문제, 정치를 비롯해서 회사 고객들의 주문 등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의 상당부분이 주식투자에 관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애플 (AAPL)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당시에는 주식투자라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고, 어차피 주식투자 할 돈도 없었으니 그닥 관심도 안가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애플의 주가가 궁금해졌다는 거!

정확한 주가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40불 대 중반…
당시 대략 50불이면 외식을 할 수 있었던 터라 기억할 수 있다.

더럽게 비싸네…

그렇게 애플은 나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부동산 투자와 서브프라임 사태

게다가 당시에는 필자가 미국 부동산 투자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Flipping 비즈니스라고 해서 낡고 허름한 주택을 매입해서 리모델한 후 되파는 비즈니스에 푸~욱 빠져있을 때였으니 주식투자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당시 서브프라임 버블이 보글보글 올라오고 있던 터라, 자고나면 수익이 나던 시절이었다.

하도 많이 집을 사고 파는 통에 부동산 수수료가 아까와서 부동산 중개인 자격증을 땄을 정도니…
아마, LA 부동산 중개인 라이센스 번호만 놓고보면 필자의 ‘후배’뻘 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을 듯.

다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다.
다행히 필자는 별다른 큰 손해 없이 부동산 시장에서 잘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이것저것 다 털고 나니 그닥 남는 거가 없는거다.


애플 (AAPL) 2

그러던 중 친척의 결혼식에서 우연하게 애플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네?
다시 갑자기 애플의 주가가 궁금해졌다는 거!

얼마였게?
한 주가 70불 초반이었다는 거!

얼마 오르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더럽게 비싸네…

그러고도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했다는 건 함정.

어느 날 알고보니 2005년 2월 28일로 2:1의 주식분할이 진행된 후라는거…
다시 말하자면 예전 $40짜리 한 주가 실은 $70이 아닌 $140이 되었다는 거를 알고 말았다.

꺄악!

오호옷! 이거 괜찮은데?


비자 (V) 1

그래서 여윳돈 가지고 있던 걸로 드뎌 2008년 3월 18일 비자의 IPO 주식을 매수했다는 거 아냐…
그런데 주식을 매수한 다음에는…?


유료 클래스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아예 모르던 터라 사놓고는 그냥 손 빨고 있다가, 결국 큰 맘 먹고 유료 클래스를 듣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이름도 기억 안나는 사설교육기관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내고 들은 클래스가 바로…

“선물 옵션 스켈핑/데이 트레이딩”

한 마디로 옷에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거다.
보통은 주식-옵션-선물/선물 옵션 등의 순서가 일반적인데 주식과 옵션을 건너뛰고 선물/선물옵션 부터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어려웠던지…ㅜㅜ
그나마 필자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원래 주식은 이런가 보다’ 하고 고생고생을 했다.

이런 사설 교육클래스의 단점이 비용에 비해서 피교육생의 백그라운드나 수준에 커스터마이징 된 과정이라기 보다는 일반화된 커리큘럼에 획일적인 내용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커스터마이징 된 교육기관도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비용이…ㅎㄷㄷ
그렇긴 해도 그때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컨설팅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ㅋ


용감무쌍 (勇敢無雙)

어쨌거나 교육과정은 마치고 트레이딩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사실 주식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선물부터 무작정 거래하다 보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했던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다.

들고있는 선물 포지션만 30-40개는 보통이고, 심지어 하루에 겁없이 덜컥 금 선물 10계약, 20계약씩 거래를 했으니…
만약 가격변동이 크게 발생했다면 다음 날 바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고 회복불능의 그야말로 ‘패가망신’의 위험한 순간도 여러번이었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거래를 했다는 거.

이렇게 용감한 트레이딩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은 오히려…

이렇게 1-2년이면 은퇴하겠는걸?

…이라는 근자감.
그냥 좋았던 운을 내 실력이라고 믿었던 거다.


안녕, 내 수익들…

그러다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그동안 벌었던 수익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모르고 차트에만 의존하다 보니 손절에 손절의 연속이었다.
특히 마지막 2주 동안은 무서울 정도였다.
조기은퇴까지 꿈꾸다가 수익을 반납할 정도니…

정말 운 좋게 별다른 손실 없이 정리는 했는데, 이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걱정이 되는거다.
그렇다고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선물투자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필자는 선물거래를 하고 있다.


비자 (V)2

그러다가 잊고 지내던 비자 (V)의 계좌를 보고 다시 깜놀!
2015년 3월 18일자로 4:1 주식분할이 되었다는 거…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주식분할로 보유 중인 주식수가 4배로 늘어났다.

오호옷! 이거 괜찮은데?


애플 (AAPL) 3

결국 애플의 주가를 처음으로 확인한 지 거의 15년이 지난 2016년 4월 28일에야 애플주식을 매수했다.
매수가는 $96.14.
바로 이전 애플의 주가는 $70대 초반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은 거라 다소 부담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14년 6월 9일 7:1의 주식분할이 있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디 보자…

분할 전 애플의 주가가…음…그러니까…
7:1의 주식분할이랑, 그 전의 2:1 주식분할을 거쳐 당시 $96.14가 되었다면…
처음 $40짜리 주식이 $1,345.96이 되어 버린거잖아?
무려 +3,300% 이상 오른건데?

기회는 기회대로 잃고, 그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수익은 한 방에 날아가고…
아주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원래 없는 거는 아까운지 아닌 지도 모르지만, 일단 손에 들어왔던 게 없어지면 심리적 박탈감이랄까 충격이 더 큰 법…ㅠㅠ

주식투자로는 돈을 벌 수 없나? 거기서 돈 버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흔한 성공 스토리

어느 날 부사장과 출장을 갔다가 저녁식사 때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부사장도 엔지니어 출신으로, 예전에 필립스 (Philips)에서 CD-ROM 처음으로 만들 때 개발팀에서도 일하던 나름 네임드 엔지니어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놀랍게도 일년에 거래를 2-3번만 한다는데, 투자금을 모으면서 좋은 회사를 찾아 공부하다가 이때다 싶으면 매수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스타일이 좋은 회사 주식을 사놓고 그냥 잊어버리고 사는 스타일인데, 만약 투자할 만한 좋은 회사를 못찾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럼 기다려야지 왜 굳이 투자를 해야하냐고 하더군.

그러면서 옛날 얘기를 해주는데…
자기가 필립스에 있던 어느 날 신문을 보니, 모 회사가 개인용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런데 당시 시장성이나 장래성을 따져 보니 ‘어, 이 회사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식을 샀단다.

대충 무슨 회사인지 감이 잡히지?
맞다. 마이크로 소프트 (MSFT) 맞다…

지금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1986년 3월 13일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이 상장이 되었고 당시 상장가는 $21.
만약 당시 $1,000이면 47.6주를 매수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대로 보유 중이라면 총 13,708.80주.
2021년 9월 10일 종가인 $295.71 기준으로 $4,053,829.24가 된다.
이 사람이 $1,000만 투자했을 리는 없으니…ㅓㅜㅑ…

아직도 보유 중이냐고 했더니 ‘일부분’은 매도해서 집 샀단다고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은퇴하기 전 살던 집은 땅만 3 에이커…
미국에서, 그것도 캘리포니아에서 목장 (ranch)도 아닌 개인 주택이 3 에이커면 정말 큰거다…

아직 감이 안오지?
1 에이커 (acre)가 43,560 평방피트니 대지만 130,680 평방피트, 3,672.5평이다.
오죽하면 워낙 와인 좋아하던 사람이라 남는 땅에 포도 키워서 조그만 개인 와이너리 하고 싶다고 했다는…

은퇴하고 지금은 워싱턴 주로 이주해서 강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저택에서 살고 있다.
뭐,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집 있잖아…대문 열려도 차 타고 좀 가는 그런 집…


겁나 반성

그냥 흔히 듣는 성공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그제서야 얼마나 준비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얼마나 게으르고 준비와 노력없이 투자라는 걸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고 빠르게 돈을 벌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는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거시경제나 시장흐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공부를 하면서 트레이딩 스타일도 선물에서 개별주식 옵션으로, 스타일도 데이트레이딩에서 스윙으로, 스윙에서 다시 장기로 바뀌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전보다 트레이딩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옵션을 장기로 가져갈 실물주식을 더 빠르게 매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수익률과 수익금, 승률, 포트폴리오 사이즈 모두 높아졌고 필자가 판단하는 수준에서 아주 건전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지 말자

필자가 요즘 느끼는 점이 ‘사람들은 정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는 만큼만 보고,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닫아두고 사는구나’이다.
예전에 옵션에 대해서 포스팅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한국어 유튜브 채널에서는 미국 개별주식 옵션에 대한 컨텐츠는 아예 없었고 (있었는데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음 ^^), 블로그 컨텐츠는 몇몇이 있기는 했지만 다 이론적인 거고 실제 해보고 쓰신 분들이 거의 없던 걸로 기억한다.

2017년 정도 쯤 지금도 이름만 들으면 ‘아아..거기?’하는 네이버 투자카페 몇 군데에 옵션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는데, 네임드인 운영진들도 옵션에 대해 모르니 저보고 자제를 해 달라고 하더군…
그리고 정말 거품물고 댓글 쓰러 달려드시는 분들까지…거기 회원들 댓글수준이 대단했었다.
문제는 옵션을 알고 해봤던 사람들이냐?
당연히 아니라는 거…ㅋㅋ

왜 해보지도 않고, 공부도 않고 자기가 생각하고 믿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이게 비단 저 사람들만 저럴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해?


공부하자

필자는 주식투자는 ‘종합예술’이라고 믿는다.
어느 하나만 잘한다고 항상 잘할 수 없는게 주식시장이다.
아는 것이 많을 수록, 할 줄 아는 게 많을 수록, 팔방미인일 수록 오랫동안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한 우물만 파서 우물 파는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우물도 파보고 병물 (bottled water)도 사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 지도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필자는 주식투자는 ‘덫’이라고도 생각한다.
덫은 지나가는 길목에 미리 두어야 사냥감을 잡을 수 있지 지나간 후에 두어서는 고기맛 보기 어렵다.
항상 시장을 뒤따라 가는 모양이 되어서는 안된다.

꾸준히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물론 모르는 것 공부하려면 어렵고 이해도 안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렇다고 안할꺼야?
주식투자는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닌가?
공부하면 한 만큼 돈을 버는데?

하지만 ‘싫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냥 본인의 판단이고 결정일 뿐이다.

단지 트레이더 마다 자기에게 맞는 투자 전략과 스타일, 방법이 있는 것이니 어느 하나만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함께 노력하자는 이야기이다.
필자도 계속해서 공부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부단한 노력과 공부로 늘 과격한 수익만 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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